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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죽었는가?

미술에서 원본성과 복제성 공존의 문제 1999.12 미술사 논단 작가는 작품의 원천인가? 작가가 작품의 원천이라는 의미의 +...

미술에서 원본성과 복제성 공존의 문제

1999.12 미술사 논단

작가는 작품의 원천인가? 작가가 작품의 원천이라는 의미의 ꡐ오리지낼리티ꡑ는 낭만주의 이후에 형성됐다. 한편, 모더니스트들은 감정이나 사고를 원천으로 간주하며, 포스트 모더니스트들은 원천도 일종의 ꡐ기호ꡑ로 취급한다. 필자는 예술이 존재하는 한 오리지낼리티를 향한 신앙과, 그것을 지향하는 주체는 건재하리라고 말한다. 이 글은 필자가 98년 12월에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것을 발췌·수정한 것이다.

1973년에 그레고리 배트콕이라는 미술사가가 엮은 개념미술에 관한 앤솔러지, 《아이디어 아트 : 비평 모음집》에는 ꡐ더 나은 것으로서의 가짜(The Fake as More)ꡑ라는 비평문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뉴 잉글랜드에서 작업하는 행크 헤론(Hank Herron)이라는 미술가의 작품에 대한 글이다. 이 글의 저자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을 모사한 헤론의 연작들을 ꡐ스텔라보다 더 진전된 것(Stellas plus)ꡑ으로 보는데, 그것은 이 작품들이 스스로 ꡐ가짜(fake)ꡑ임을 드러냄으로써 ꡐ원본성(originality)ꡑ을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

내가 이 비평문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글의 내용이 오리지낼리티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한 최초의 예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이 글 자체가 거짓 오리진에서 출발함으로써 오리지낼리티의 신화를 뿌리부터 흔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짜 비평가가 가짜 작가에 대하여 쓴 글이다. 저자로 되어 있는 체릴 번스타인(Cheryl Berns - tein)이라는 비평가와 여기서 다루고 있는 행크 헤론이라는 작가는 캐롤과 앤드루 덩컨(Carol and Andrew Duncan) 부부가 만들어낸 가상인물들이다. 1970년 어느 봄날 뉴욕에서 이 인물들은 덩컨 부부의 우연한 대화를 계기로 하루밤 사이에 태어났다.

그들은 자신들을 가짜 비평가로 위장하고 유명한 야구선수 행크 아론을 본떠서 가장 흔한 3음절 이름으로 지은 행크 헤론이라는 가짜를 내세워 ꡐ가짜ꡑ의 미학을 전개했다. 제목의 ꡐ가짜(fake)ꡑ에는 모조작품뿐 아니라 모조 작가와 모조 비평가라는 의미가 은밀하게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ꡐ가짜ꡑ라는 어휘마저도 가짜가 말한 것이었으므로 ꡐ가짜ꡑ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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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목 : 작가는 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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